[Law&Biz] "겉만 가계대출인 PF…5년 지나면 채무 없어져"

입력 2015-10-13 18:54  

판결문으로 보는 세상

새마을금고, 대출 명의자 소송…법원은 원심 깨고 원고패소 판결
"가계대출로 빌린 공사 대금, 영리 추구하는 상행위 해당"



[ 김인선 기자 ] #전북 사는 박모씨가 서울 가서 대출받은 사연

“박씨, 대출 명의 한 번만 빌려주면 안 되겠어? 피해 가는 일은 절대 없도록 약속할게.”

토목공사업체 D사를 운영하는 유모 대표가 부탁을 한 건 2003년이었다.

“건물 신축공사를 계속하려면 자금이 더 필요한데 새마을금고 규정상 한 사람에겐 최대 3억원밖에 대출이 안 된다고 하네. 다행히 북아현새마을금고 정 상무가 편의를 봐준다고 해. 내가 잘봐달라고 자동차를 선물로 줬거든. 다만 서류상 명의를 빌려줄 사람이 필요하대. 그래서 지금 가족, 친척들과 하도급업체 직원들을 찾아다니는 중이야.” 유씨의 요청은 간절했다. 그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었던 나는 할 수 없이 그해 6월 서울행 KTX에 올랐다. 그 선택이 남은 인생의 족쇄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울역에 내려 10분가량 택시를 타고 북아현새마을금고에 도착했다. 유씨도 함께였다. “자, 여기 대출관계 서류를 작성해주세요. 노란색 형광펜으로 칠한 부분에 박OO 씨 이름 쓰고 서명하세요. 주민등록등본과 주민등록증도 주세요.” 대출을 받기 위해선 먼저 새마을금고 회원이 돼야 한다고 했다. 유씨는 나 대신 가입비 1만원을 내줬다. 금고 직원이 내민 대출신청 서류에는 ‘가계일반자금대출’이라고 적혀 있었다. 2003년 6월10일, 내 명의 새마을금고 계좌에는 대출금 3억원이 입금됐다. 이 돈은 유씨가 직접 출금해 공사대금으로 썼다. 유씨는 이듬해인 2004년 6월10일부터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의 원리금을 냈다. 하루하루 먹고사느라 바빴던 나는 그날 일을 까맣게 잊고 살았다.

2013년께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유씨가 내 이름으로 받은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불어난 연체이자까지 합하면 갚아야 할 돈이 8억6700여만원이었다. 북아현새마을금고는 대출 명의자인 나를 상대로 2013년 5월 돈을 갚으라는 대여금 청구 소송을 냈다. ‘죽을 때까지 일하면 8억원이 넘는 돈을 갚을 수 있을까. 내가 그 돈을 1000만원이라도 썼으면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 내 억울함을 하소연했다.

○법원의 판단은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부(부장판사 안승호)는 북아현새마을금고가 박씨를 상대로 “대출금 8억6700여만원을 갚으라”고 낸 대여금 청구소송의 항소심에서 지난달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박씨가 채권자에게 8억6700여만원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번 항소심 판결은 원고 측이 상고를 포기해 확정됐다.

재판부는 “새마을금고가 박씨에게 빌려준 대출금은 가계자금대출의 외관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유씨가 대표로 있는 D사의 신축공사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상행위에 해당하므로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나 채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 대출금 변제기일인 2004년에서 9년이 지난 2013년 비로소 이번 소송을 제기했으므로 이미 채권의 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민사채권은 소멸시효가 10년, 상사채권은 5년이다. 유씨에게 110억원의 불법대출을 해준 정 상무는 사금융알선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05년 서울고등법원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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